조셉 볼(Joseph Bol)이 톤즈 한센인마을에서 의료봉사를 마친 후 마을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태석 재단)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의사가 된 조셉 볼(Joseph Bol). 자신의 방에 이태석 신부의 사진을 걸어 놓고 의사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사진제공=이태석 재단)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 고(故) 이태석 신부와 함께했던 남수단 소년 조셉 볼(Joseph Bol)이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어린 시절 이 신부를 만나 의사의 꿈을 품었던 소년이 16년 만에 전문의가 돼 고국의 환자들을 돌보게 됐다.
이태석재단에 따르면 조셉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학교 교육병원인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 신경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갖췄다.
조셉이 전문의가 되기까지는 한국에서 시작된 특별한 후원이 있었다.
고 권성현 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지만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이루지 못한 의사의 꿈을 다른 청년을 통해 이어가길 바랐던 부모는 이태석재단에 성현 군의 6년간 학비를 기부했다.
재단은 그 뜻을 이어 조셉을 ‘권성현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전문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조셉은 에티오피아에서 수련을 마친 뒤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에티오피아에서 조셉을 만난 구진성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대표는 “조셉은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의사였다”며 “무엇보다 조셉의 방에 이태석 신부님의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셉은 후원자인 권성현 군의 부모에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두 분께 받은 사랑과 도움을 돌려드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셉의 성장 과정에는 또 다른 의료인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하버드 의대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기범 교수는 과거 블랙 라이언 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현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박 교수에게 교육받은 학생 가운데 한 명이 훗날 교수가 됐고, 그 교수가 다시 조셉을 가르치면서 의료교육의 인연이 세대를 넘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조셉이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이어갈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셉의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구수환PD의 공감36.5’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해당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8만 회를 넘어섰다.
재단은 조셉을 의료인재 양성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이태석 2.0 프로젝트’가 실제 전문의 배출로 이어진 첫 사례로 보고 있다.
후속 의료인재 양성도 진행 중이다. 재단은 지난 7월 이태석 신부의 제자 9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했거나 의대 6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 의료인들로, 원광대학교는 연수를 위해 수업료와 기숙사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조셉의 전문의 배출은 한 의료인의 봉사에서 시작된 교육이 후원과 인재양성을 거쳐 현지 의료인 배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어린 시절 이태석 신부에게 의사의 꿈을 배운 조셉은 이제 전문의로서 남수단 의료 현장에서 그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한국간병신문 윤현진 기자 (caredailykorea@gmail.com)